

- 이름은 에이든 Aiden.
바야흐로 15년 전 — 던바튼과 여신의 뜰 사이 경계에서 한 소년이 발견됐다. 소년은 잔디밭에 쓰러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검은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를 처음 발견한 법황청 소속 기사는 황급히 소년을 구출했으나 깨어난 소년은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는 몇 살이고 살던 곳은 어디인지, 심지어는 부모나 다른 가족이 존재하는지조차도.
아직 성인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차마 두고 갈 수 없었던 기사는 소년을 자신이 소속되어 있었던 수도원으로 데려갔다. 자초지종을 들은 수도원장은 법황청의 이름 아래에 소년을 거두기로 결정했다. 지금의 이름은 수도원에 들어오면서 수도원장이 손수 지어준 이름이다. 불꽃에서 태어난 아이, 에이든.
- 나이 미상.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로 추측하고 있다.
처음 발견됐을 당시로 돌아가보자. 발견된 소년은 마냥 어린아이로 보기에는 약간의 성숙함이 있었지만, 청소년기 후반으로 보기에는 2차 성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발견 당시 소년의 나이를 10대 중반으로 예상했으며 15년이 지난 지금은 30살 전후 정도로 생각하는 중이다.
다만 외관상으로는 나이보다 조금 더 어려보이는 경향이 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밀발. 파충류를 연상케하는 연두색 눈동자와 세로로 찢어진 동공. 또렷한 이목구비에 177cm의 마른 체형. 색소가 옅으며 눈에 띄는 주름이나 흉터가 없는 깨끗한 피부까지. 눈에 띄는 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첫인상이 나쁘지 않을 만큼의 호감형이다.
- 차분한 / 신중한 / 60의 T / 40의 F
불꽃이라는 뜻의 이름과는 반대로 차분한 분위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휘둘리는 상황을 꺼려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하고자 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를 믿으므로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내뱉으며,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보다는 눈 앞에 놓인 현실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꼭 이성적인 현실주의자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붉은 피를 가지고 있는 그는 충분한 감정공감능력을 발휘한다. 사정이 딱한 상대방을 동정할 줄도 알고,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끔 돌려 말할 줄도 안다. 드러내는 감정은 약할지 몰라도 타인과의 교류에 협조적인 사람.

- 애쉬 Ash
다 타고 남은 잿더미. 혹은 파멸.
본명은 애슐리 Ashley. 하지만 본인은 애쉬라는 애칭을 더 선호하여 이 이름으로 소개하는 게 대부분이다.
자신의 또다른 자아가 에이든이라는 이름을 받았을 때는 노발대발하며 화를 냈다. 15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고 한다.
쟤는 불꽃인데 나는 고작 잿더미라니, 이러면 꼭 쟤가 진짜 같잖아! 지금 나랑 장난쳐?
- 실제 나이 32세. 본래 이 몸은 애쉬의 몸이다.
애쉬는 영국에서 자동차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대기업의 외동 아들로 태어났다. 원하는 건 모두 가질 수 있었고,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때문에 항상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누군가의 소중한 유품, 모범 상장, 꼴등의 성적표, 모두의 중심에 선 사람과 모두에게 배척받는 사람의 위치… … 물건과 개념을 가리지 않고 탐내는 아이의 성향은 나이를 먹을수록 심해졌다. 그러다가 16세가 되던 해의 어느 날, 평소처럼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파티에 가던 그는 트럭 사고에 휩쓸리고 만다.
트럭 사고에 휩쓸린 애쉬—에이든이 깨어난 곳은 바로 에린이었다. 다행히도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상태였지만 불행하게도 정신은 그러지 못했다. 에린으로 트립하는 과정에서 자아 분열이 일어났고 애쉬는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것.
내 몸인데.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내 것인데! … … 자신의 것을 빼앗긴 첫 순간의 감정은 무척이나 치욕스러웠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쉬는 자신의 몸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는 사실에 무척 분개하고 있으며, 완전히 돌려받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 감정 기복이 큰 / 쾌락주의 / 의외의 이성
전부 죽여버릴 것처럼 날뛰다가도 급격하게 차분해지고, 자지러지듯 웃다가도 갑작스럽게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다. 자신의 쾌락 내지는 흥미 따위에 충실한 만큼 생각하는 방식도 단순하게 비춰보인다. 자신의 감정에 쉬이 휘둘린다는 느낌.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자신의 행동에 항상 확신을 가지는 애쉬에게 있어서 자신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허점이 될 수는 있어도 약점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잔인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천지 분간도 못할 천둥벌거숭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눈치가 빠르고 두뇌 회전도 빠릿하게 돌아가는 편. 특히나 다른 사람을 배신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가히 천재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부분을 지켜보기만 해온 탓에 온갖 욕구와 욕망이 쌓여 지금의 성격으로 굳혀졌다.
- 에이든의 삶
수도원에 거둬진 에이든은 그곳에서 배우는 법황청의 교령을 따르며 자연스럽게 사제가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모험가이자 신의 종자로서 사람들을 도우며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까지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
에린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 됐을 당시, 아직 자아가 미성숙했던 에이든은 모든 기억을 잃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큰 불안감을 느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상식.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줄 이가 없는 상황. 에린이라는 이 세상이 자신과 맞지 않고 분리되어 있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때때로 단기적인 기억 상실을 겪었을 정도.
때문에 에이든은 노력했다. 자신을 거둬준 수도원—법황청에서 버려지지 않게끔 그들이 원하는 인간상이 되도록 노력했고,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 위해 또 노력했다. 그렇게 무사히 사제가 되어 수도원 밖으로 나온 에이든은 사람들을 돕고 인연을 쌓으며 비로소 두 발로 에린의 땅에 속해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얻게 된다.
그러나 20대 초반, 처음으로 사람을 살려내지 못했던 일이 트리거가 되어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돌아갔다. 맨 처음에는 "나는 사람 구하는 일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라는 죄책감에서 비롯되었으나.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감정은 심화되었고, 결국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까지 붙잡아가며 과거의 자신 — 본디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끊임없이 돌이켜보려 한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해 단기적인 기억 상실을 겪는 일이 차츰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에게만 엄격해지고 자기 증명에 매달리는 이유. 그는 에린에 속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 사명과 모험을 멈추고 싶지 않다.
- 애쉬의 입장
에이든에게 몸의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로 애쉬는 꼼짝 못하고 에이든의 성장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차라리 잠들 수 있다면 영면이라도 반겼을 텐데. 에이든의 모든 걸 보고 기억하는 애쉬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영양가 없는 휴먼 다큐멘터리나 다름없었다. 이따금씩 에이든의 스트레스가 과하게 쌓일 때면 잠깐이나마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으니, 그게 아니었다면 애쉬는 여기서 더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에이든은 애쉬가 주도권을 잡은 동안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씩 겪는 단기적인 기억 상실의 원인. 주도권을 잡은 동안의 애쉬는 에이든과 다르게 일탈과 비행을 일삼으니, 에이든으로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나은 걸지도 모른다.
애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트리거는 2가지다.
하나, 에이든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
둘, 애쉬의 감정 혹은 욕망이 에이든을 잡아먹을 만큼 압도하는 상황.